38선 휴게소에서 기사문리항을 넘어서면, 망망대해의 거대함을 포옹하고 있는 하조대를 마주하게 됩니다.
좁은 주차장이 아쉽기는 하지만, 적막한 그 곳에 주차를 하기란 그리 어렵지는 않습니다.
'등대'라는 카페를 기준으로 진짜 등대로 가는 길과 하조대로 가는 길로 나뉘어 집니다.
먼저 왼쪽으로 들어서서 구름 다리를 건너고 10m 정도쯤 절벽길을 따라 들어가면 하얀 등대가 땅끝에 걸려 있습니다.
등대 끝으로 돌아서면 정말 탁 트인 동해의 거대함이 눈 앞에 꽉 찹니다. 말도 나오지 않고 그저 거대함에 대한 경외스러움에 탄식만 나올 뿐...
그 곳에 가만히 앉아 절벽에 부딪히는 파도소리와 만물을 휩쓰는 바람소리...
그리고 드넓은 바다를 보고 있노라면, 세상의 번뇌와 잡념은 어느새 눈 녹듯 사라질 듯 합니다.
생각이 깊어 질 때는 나오는 길에 구름다리 건너에 있는 작은 벤치에 앉아 보세요.
사색하기에는 더 없이 좋은 곳일 듯합니다.
등대와 헤어진 후 다신 반대 편 산자락으로 길을 잡아 50M 쯤 다리 품을 팔면, 아늑한 송림에 둘러싸인 작은 누각을 발견하게 됩니다.
이 곳이 바로 조선 개국 공신 인 하륜과 조준이 잠시 머물렀다는 하조대입니다.
가파른 기암 적벽 위에 꼿꼿하게 서 있는 누각과 소나무는 어쩐지 매우 닮았다는 느낌을 줍니다.
오랜 세월을 벗삼아 지켜온 동무이기 때문이겠죠···
하조대는 한마디로 해송들과 파도와 해 그리고 바람을 엮어 놓은 드라마 같은 곳입니다.
섬세한 조경가가 심혈을 기울여 만든 작품 같기도 하고요···
강한 바닷 바람과 파도와 소나무 그리고 햇살을 받아 눈부신 바다를 뒤로 하고 기념 사진을 찍는다면 더없이 좋은 배경이 될 듯합니다.
등대와 더불어 하조대는 아마 양양에서 사진을 찍기에는 가장 안성 맞춤인 곳일 겁니다.
길을 되돌려 주차장 쪽으로 내려와서 '등대'라는 카페를 들려도 좋을 듯 합니다.
검은 빛깔을 띈 나무들로 엮은 너와집 같은 이곳에서는 조용한 분위기에서 몇 종류의 차를 즐길 수 있는 공간입니다.
바람을 피해 푹 파인 곳에 아늑하게 자리하고 있어 주변 경관과 어우러져 제법 운치가 있습니다.
하조대를 방문해 동해를 한아름에 안고 깊은 생각에 잠기며, 자신을 되돌아 보면서,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 대해 숙고하는 좋은 기회를 가져 보시기 바랍니다.
